외부성
내 행동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
옆집 공장의 매연
공장이 물건을 만든다. 공장은 원자재비, 인건비, 전기요금 등을 계산해서 이윤을 극대화한다. 그런데 공장이 내뿜는 매연 때문에 옆 동네 주민들이 기침을 하고 빨래가 더러워진다. 이 피해는 공장의 "비용"에 포함되어 있을까? 아니다.
이처럼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외부성(externality)이라 한다. 나쁜 영향이면 부정적 외부성(오염, 소음), 좋은 영향이면 긍정적 외부성(교육, 백신)이다.
1. 부정적 외부성: 시장이 너무 많이 만든다
친구가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독점하고 소리를 지른다. 친구는 즐겁지만(사적 편익), 다른 사람들의 귀가 아프다(외부 비용). 친구는 남의 고통을 계산하지 않으니 "너무 많이" 노래한다.
공장도 마찬가지다. 오염 비용을 계산하지 않으니 사회적으로 "너무 많이" 생산한다. 시장이 스스로는 적정 생산량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장 실패다.
시장 생산량 > 사회적 최적 생산량 (과잉 생산)
2. 직접 해보기: 공장 오염 시뮬레이터
시장 균형(사적 비용 = 편익)에서는 생산이 너무 많다. 사회적 최적(사회적 비용 = 편익)보다 더 많이 만들기 때문이다. 그 차이만큼 사회에 순손실이 발생한다.
3. 해결 방법: 피구세와 보조금
경제학자 아서 피구(Arthur Pigou)가 제안한 해결책이다. 외부 비용만큼 세금을 부과하면, 기업이 오염 비용을 자기 비용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면 사적 비용이 올라가 생산량이 줄어들고, 사회적 최적에 가까워진다.
피구세는 기업에게 "오염을 줄이거나 세금을 내라"는 인센티브를 준다. 기업은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으로 오염을 줄이게 된다. 이것이 직접 규제("생산량을 몇 개 이하로 하라")보다 효율적인 이유다.
4. 긍정적 외부성: 시장이 너무 적게 만든다
교육은 본인에게도 좋지만, 사회 전체에도 좋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범죄가 줄고, 기술이 발전하고, 시민의식이 높아진다. 하지만 개인은 이런 사회적 혜택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에게 돌아오는 이득"만 보고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는 교육이 사회적 최적보다 적게 이루어진다. 백신도 마찬가지다. 내가 백신을 맞으면 주변 사람도 덜 감염되지만, 나는 내 건강만 생각하고 결정한다.
시장 소비량 < 사회적 최적 소비량 (과소 소비)
긍정적 외부성이 있는 상품에 보조금을 주면 가격이 낮아져 소비가 늘어난다. 의무교육, 무료 백신, R&D 세액공제 등이 모두 이 원리에 기반한 정책이다.
5. 코즈 정리: 당사자끼리 해결할 수는 없을까?
경제학자 로널드 코즈(Ronald Coase)는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소유권이 명확하고 거래 비용이 없으면, 정부 개입 없이도 당사자 간 협상으로 외부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웃이 밤마다 기타를 쳐서 시끄럽다. 만약 "조용할 권리"가 당신에게 있다면, 이웃이 당신에게 돈을 주고 연주 허락을 구해야 한다. 반대로 "연주할 권리"가 이웃에게 있다면, 당신이 돈을 주고 연주를 멈춰달라고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두 사람이 합의하면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결과가 나온다.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든 최종 결과(연주 시간)는 같다. 달라지는 것은 "누가 돈을 내느냐"뿐이다.
코즈 정리는 이론적으로는 아름답지만 현실에서는 한계가 있다:
- 거래 비용: 수천 명의 주민이 공장과 협상하려면 비용이 엄청나다.
- 소유권 불명확: 깨끗한 공기에 대한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 정보 부족: 오염의 정확한 피해액을 알기 어렵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대부분 정부의 규제나 피구세가 필요하다.
6. 외부성 유형 판별 연습
1. 꽃집이 예쁜 화분을 진열하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기분이 좋아졌다
2. 새벽에 공사를 하여 주변 주민이 잠을 못 잤다
3. 한 사람이 독감 백신을 맞아 주변 사람도 감염 위험이 줄었다
4. 담배 연기가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5. 한 기업의 R&D 결과가 다른 기업에도 파급 효과를 준다
6. 축산 농장의 악취가 인근 주택가에 퍼진다
7. 실생활 속 외부성
탄소세 대신 "배출권"을 거래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가 총 배출량을 정하고, 기업들이 배출권을 사고판다. 오염을 적게 만드는 기업은 남는 배출권을 팔아 수익을 얻고, 오염이 많은 기업은 배출권을 비싸게 사야 한다.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오염을 줄이는 방법이다.
내가 백신을 맞으면 나만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도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 이런 긍정적 외부성 때문에 정부는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접종을 권장한다. 시장에 맡기면 "나는 괜찮겠지"라며 접종률이 사회적 최적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꿀벌 농가 옆에 과수원이 있으면, 꿀벌이 꽃의 수분을 도와 과일 수확량이 늘어난다. 꿀벌 농가는 이 혜택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긍정적 외부성의 고전적 사례이며, 실제로 미국에서는 과수원이 꿀벌 농가에 수분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이 형성되었다.
- 외부성: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 비용에 반영되지 않으면 시장 실패 발생.
- 부정적 외부성: 오염, 소음 등. 시장이 과잉 생산 → 피구세로 교정.
- 긍정적 외부성: 교육, 백신 등. 시장이 과소 소비 → 보조금으로 교정.
- 피구세: 외부 비용만큼 세금 부과 → 사적 비용을 사회적 비용으로 끌어올림.
- 코즈 정리: 소유권이 명확하고 거래 비용이 없으면 당사자 간 협상으로도 외부성 해결 가능.
다음 장 예고: 국방, 가로등처럼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도 비용을 내지 않으려 하는 공공재를 배운다.